196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니스커트. 그 열풍이 다시 돌아온 것인가? 지금 거리에는 미니스커트의 경쾌함으로 가득하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던 60년대식 미니스커트와는 또 다른 현재의 미니스커트에 대한 아찔한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보자.

퀀트가 이뤄낸 획기적 패션

미니스커트가 처음 등장한 1960년대는 패션의 역사상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된 시기이다. 변화된 사회상이 의복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 특히, 유니섹스 바람을 일으킨 '영 패션(Young Fashion)'과 새로운 개념의 '에로티즘 존(Erotism Zone)'은 주목해야 할 패션 코드다. 특히 그 시대의 엄청난 선풍을 일으킨 것은 1965년 '미니'의 출현이다.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퀀트(Mary Quant)가 디자인한 미니스커트는 세계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녀의 새로운 시도는 젊음과 활동성을 강조했던 60년대 패션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가냘픈 몸매와 천진난만한 모습의 단발머리 모델 트위기(Twiggy)가 미니스커트를 멋지게 소화함으로써 '트위기 룩(Twiggy Look)'으로 불리며 그 열풍은 더욱 뜨거워지게 된다.
'신사의 나라'에서 해괴한 옷이 이상야릇한 바람을 일으켰다고 못마땅해하던 영국 정부까지도 입이 딱 벌어지는 인기와 수출고를 인정하여, 퀸트여사에게 망설임없이 훈장을 수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한쪽에서는 유신 독재체제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을 무렵에 가수 윤복희가 김포공항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국내에 첫선을 보인 미니스커트도 바로 퀀트 여사의 걸작이었다. 윤복희는 단지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미니스커트를 입었지만, 다른 여성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던 것이다. 그 세계는 바로 '자유'의 세계였다.
이처럼 미니스커트는 그 탄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자체에 고정관념의 탈피, 기존사회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고 있다. 더불어 여성의 내면에 억눌려져 있던 욕구의 표현이자,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도전의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미니스커트가 경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아이들이나 입을 옷'이라 하여 충격과 웃음거리가 되었던 이 의복은 그에 아랑곳없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길이가 점점 짧아졌고, 결국 요주의 풍속사범 단속대상이 되었다. 73년 3월에는 무릎 위 17cm이상 올라가는 미니를 과다노출로 규정, 경범죄처벌법에 포함시켰는데 스커트 길이가 무릎 위 몇 cm인가를 단속원이 자로 재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69년 8월에 무릎 위 30cm의 초미니를 입고 거리를 걷던 여성이 25일간의 구류처분을 받았고 70년에는 미니 차림의 여성들이 즉결심판에 회부되었는데 이것으로 당시의 처벌기준과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가 좋아지면 여성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는 의상심리학의 설명처럼 우리나라 60년대 경제는 호황기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계속된 경제 호황은 미니스커트의 유행과 함께 하는 듯 70년대 그 인기가 절정을 이룬다. 90년대에 접어들어 다양한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미니에 대한 관심도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미디, 맥시 스커트와 팬츠가 패션 키워드로 떠오르며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70년대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재던 웃지 못할 풍경

다시 부는 미니스커트의 바람

약 10년간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미니스커트는 21세기에 접어들어 몇몇 디자이너들에게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다. 차츰차츰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던 미니는 2001년 겨울 2002 S/S 컬렉션 무대에서 화려한 컴백에 성공했다. 온통 아슬아슬하게 짧은 팬츠와 미니스커트로 채워진 무대는 제2의 ‘미니 시대’가 왔음을 예감하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니는 올 여름 더욱 경쾌해진 모습으로 스트리트 패션에 동화되었다.
다시 등장한 미니스커트는 과거의 개념과는 유행 성격이 좀 다른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듯. '무유행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사회에는 특별히 정해진 유행 패턴이 없다. 물론 어느정도 경제, 문화 등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선택으로만 자리잡는다. 다시 시작된 미니스커트 열풍은 사회상을 반영한 60년대의 그것과는 달리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 코드인 것이다.
이번 봄, 여름의 소녀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는 미니스커트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과거의 직선적인 A, H 라인의 스커트보다는 하늘거리는 느낌의 미니스커트가 눈에 띈다. 길이는 극도로 짧아지는 등 한층 경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층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으로 다시 찾아온 미니스커트는 한동안 거리를 뜨겁게 달굴 조짐을 보인다. 화려한 컴백에 성공한 미니스커트. 더 이상 과다 노출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서둘러 미니스커트의 열풍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