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탠포드 대학교수가 소비자의 구매성향과 제품선택 사이에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한 테이블에 서로 다른 맛의 잼이 담긴 수십 개의 병을 진열해 두었고, 다른 테이블엔 6가지 맛의 잼이 담긴 병을 놓아두었다. 지켜본 결과, 슈퍼마켓의 소비자들은 수십가지 잼이 놓인 테이블 쪽으로 더 많이 모여 드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겨우 6개의 잼이 놓인 테이블의 판매율이 수십 개 잼이 놓인 테이블보다 3배 정도 높았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대개 고를 것이 더 많으면 좋아한다. 즉, 소비자들은 더 다양하고 더 화려한 선택권이 주어질수록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정작 고르는 걸 싫어한다?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라는 저서를 쓴 미국의 인지 과학자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사

람은 누구나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한정돼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한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단위는 6개에서 7개가 전부라고 한다. 말하자면, 6에서 7개가 보통 사람들이 갖는 단기 기억 용량의 한계인 셈이다. 전화번호가 7자리로 한정된 것, 또 주민등록번호가 6자리와 7자리가 나누어져 있는 것 따위가 바로 이 단기 기억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주변 정보의 양이 단기 기억용량을 넘을 때 사람들은 “정보 과다”로 인한 혼란을 겪는다.

이 경우 사람의 두뇌는 자동적으로 불필요하거나 관심을 끌지 않는 정보를 걸러내 버린다. 일반적으로 매장 내에서 지나치게 많은 상품이 진열되어 있거나 고객에게 제시된다면 일반적으로 고객들은 혼란스러움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장의 경영주들은 “지나치게 많은 상품”을 고객에게 구매하도록 권유하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모든 것들을 훑어보고 걸러낼 수 밖에 없게 만들고 만다. 이렇게 되면 많은 수의 상품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구매대상에서 배척되고 만다. 결국 다량의 상품을 화려하게 구비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의 인지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매장 경영주나 판매사원은 “선택의 기회”를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먼저 방문객들이 어떤 종류의 상품을 보고 싶어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상품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를 원하며, 실제로 그런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풍족한 자유 앞에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등을 돌리려 한다.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상품 디스플레이와 서비스제공이 앞으로 무한경쟁의 판매 일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적절하고 특색있는 서비스만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영주나 판매사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